★18번째 만남(20060112)
어제는 철0 귀빠진 날(생일)이었습니다. 전 2006년에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변변치 않겠지만 아이들 생일만은 챙겨주자는 것입니다.의외로 아이들이 촛불 켜고 케익을 먹는 것을 좋아하더군요.올해는 우리집 아이들 생일에도 케익 하나 사가지고 가야겠습니다.(이전에는 안했음 ^^)
비가 부슬 부슬 오는 가운데 신명보육원 201동 벨을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윤선생님의 반가운 목소리...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살갑게 반깁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 등등...남자 아이들은 오늘따라 일찍 샤워를 끝내고 짬지를 드러내놓고 인사를 합니다."얘들아 고추는 가려야지~~" 아이들은 수건으로 가리는 척 하다가 다시 그것을 쳐들고 웃습니다. ^^
저녁 6시에 식사를 하는 시간인데, 윤선생님은 라면을 끓이고 있습니다."오늘은 라면인가요?""아뇨, 저의 라면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셔서...""누구?...아~ 그 분..."조금 후 사무국장님과 남자 선생님 그리고 첨 보는 여자 복지사님이 들어오셔서, 이 집 라면이 뭔가 달라도 다르다며, 맛있게 드십니다. 저두 먹고 싶었지만 첨 보는 여자분도 계시고 그리고 저는 밥을 좋아하는지라..."이차장님, 이번에 새로 오신 복지사님이십니다.""안녕하세요?""아, 예 안녕하세요?" 첨 뵙는 분이지만 많이 뵌 분 같은 인상이 좋으신 복지사님...반가웠습니다.^^(점수 따야지~)아이들과도 어느 새 친해지셨는지 살갑게 나누는 대화속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엿보였습니다.
드디어 차려지는 밥상, 전 어제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징어 젓갈에 감자조림,부추무침 그리고 해물탕 찌개...두 그릇 해치웠습니다."아저씨 언제 가요?" 항상 올때 마다 재0이가 물어보는 질문입니다."왜? 너희들도 없으니 조금 있다 가야지~""9시에 가면 안돼요? 8시면 우리 오는데..." "그래 알았어, 9시에 갈께""아저씨 꼭이요..."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성가대 연습이 있다고 8명이 빠져 나갔습니다.
동0이, 순0 그리고 필0이가 공기놀이를 합니다.고사리 같은 아이들 손에는 공기가 커보이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대단했습니다. 동0이가 1등, 필0이가 2등, 순0가 3등...순0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퍼머 머리와 함께 앙증맞습니다. 참, 수0이는 오늘 유치원에서 행사가 있어 거기 가서 안보입니다. 허전한 거 있죠?
8시 조금 넘자 아이들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윤선생님이 하루 종일 교보문고에서 고르고 골라 사온 책들을 보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들 학년과 수준에 맞게 골고루 사오신 윤선생님의 배려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이 뜻밖에 책을 보고 좋아하더군요.모두 열심히 책을 보는데 현0가 한마디 합니다."만화책은 없어요?" ^^
이어 철0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케익과 딸기 그리고 음료수...조촐한 생일상이지만 철0는 연방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케익 위에 있는 쵸코렛 7개를 아이들이 서로 찜했다고 합니다."오늘은 철0가 주인공이니까 철0가 하나씩 나눠주는거야." 제가 중재를 했고 이어 철0가 우쭐한 모습으로 쵸코렛 주인을 정해줍니다. 이어 생일 축가가 불려지고 촛불이 꺼지고 케익 커팅을 저와 철0가 했습니다. 이어지는 아이들의 생일 선물들...철0의 입은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이어지는 작은 음악회...현0와 미0이가 귀엽게 율동을 하고 순0, 필0이 그리고 동0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화를 합니다.그리고 원0이가 스포츠 댄스를 하는데 효0이가 자기도 조금 배웠다고 나섭니다. 멋진 스포츠 댄스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묵찌빠 게임...아이들이 일렬로 창가에 서고 제가 먼저 왕 자리에 앉았습니다. ㅎㅎㅎ(흐흐흐) 제가 여섯번 연속으로왕 자리를 지켰습니다. 현0도 여섯 번...아이들이 진지하게 묵찌빠 게임을 합니다. 동0이는 제 옆에서 문지기를 합니다. 때론 제 무릎에 안고, 등에 올라타고 그러다 갑자기 동준이가 제게 웃으며 그럽니다.
"아빠, 아빠...." 전 순간적으로....얼떨떨해졌습니다. 그리곤 웃으며..."내가 동0이 아빠니? 그러니? 아빠 해줄까?" 아이는 히죽 히죽 웃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겠냐는 생각이 들자, 잠시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철0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생일인데 아빠 엄마한테 연락은 왔니?" 철0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듭니다. 그리고..."엄마는 죽었어요. 아빠만 있어요...." 제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쓰렸습니다. 철0의 머리를 괜히 쓰다듬었습니다."자 이제 9시 넘었으니까 너희들도 자야지...아저씨도 이제 가봐야겠다. 내일 모레 눈썰매장 가자. 다시 올께...""팀장 아저씨는 오세요?" "뚱 아저씨는요?" "류00 아저씨도 오세요?" "00 아저씨는 오세요?" "이00 아저씨는요?""사진 찍는 아저씨는요?" "제 파트너는요?" "아저씨는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0이가 묻습니다."김00 아저씨는요?""이00 아저씨 말하는구나, 군산에 출장가기에 못와...신입사원 교육이 있어서..."수0이를 보고 가려고 했는데 아마도 늦는가 봅니다. 아이들이 자려고 방에 이불을 펴는 것을 보고 아파트를 나왔습니다.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그리고 항상 배웅해주시는 윤선생님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발 길을 돌렸습니다.항상 그렇듯이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한아름 받아서 그런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끝.